끄적이는 밤

WANT_살아있는 장례식

쿤벤 2020. 5. 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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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장례식을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는가?

 

요즘에 즐겨보고 있는 미드에 곧 죽어갈지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병실에서 사람들을 불러서 미리 '살아있는 장례식'을 열어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여 칵테일 한잔씩 들면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보았다. 

 

살아있는 장례식이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례식이란 그 사람을 추모하기 위하여 혹은 

자신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해준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장례식이라는 문화는 내게 한번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가 떠오른다.

20살의 대학교를 다니기 위하여 서울에 계신 할머니와 함께 살며 방을 같이 썼었는데 

어린 나이에 짜증도 부리고, 거짓말도 하며 참 못된 손녀였던거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렸을 적 6.25 전쟁과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밥을 굶었던 적이 많았던 할머니는 항상 보리밥이나 감자로 배를 채웠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밥을 먹으라고 내게 강요했고,

밥 한그릇을 다 먹지 못하면 무슨 일이 있냐고 항상 걱정을 하셨다.

이제 막 20대가 된 대학생의 손녀는 살이 쪘다며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밥을 남기고

아침밥을 잘 먹지도 않았다.

결국엔 나는 아침밥이 차려진 식탁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할머니는 내가 일어나기 전에 차렸던 그 식탁을 내가 학교로 향하는 길에 다시 치우셔야 했다.

한 숟가락도 먹지 않았던 그 밥그릇을.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나는 가던 길을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아침밥을 먹고가라고 소리치던 할머니 얼굴이 생각이 나면서

그 자리에 서서 미친듯이 서럽게 울어버렸다. 

할머니가 만약 살아있으셨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밥을 싹- 다 비워서 할머니를 웃게 만들어주고 싶은데......' 후회가 가득했다. 

 

누군가 죽게되면 모든 사람들은 if라는 가설들이 머릿속을 장악한다. 

 

우리는 모두 그렇다. 

누군가 돌아가시거나 내 곁에 없다면 모두들 만약이라는 가설을 세워 다시는 대접해드리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래서 평소에 살아계실때 잘하자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들 그렇게 후회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장례식이라는 말은 내게 충격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곧 돌아가신다는 사실에 마음은 아프겠지만, 

죽은 사람이 아는지, 들었는 지 생각하는 것보다 죽기 전에 얼굴을 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은 궁금하다. 

내 장례식에 누가 와서 내게 무슨 말을 해줄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로부터 확인을 받고 눈을 감는 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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