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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부터 너는 나 닮은 구석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내 뱃속에서 네가 태어난 게 신기하다고 항상 그랬다.
새끼 사자는 머리가 컸다며 짖어대는 바람에 우리 집엔 조용한 날이 없었다. 우린 모든 게 달랐다.
그렇게 20년이 흐르면서 나는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밥도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게 맞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더 흐른 뒤에,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에는 엄마의 모습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돈을 아낄 줄 몰랐던 내가 점차 절약하면서 저축을 하기 시작했고, 햄버거랑 피자만 좋아하던 내가 김치를 찾기 시작했고,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자던 내가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찾으면서 알았다.
봄이 찾아와 선선한 어느 토요일 저녁에 엄마랑 나는 둘이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가는 길은 어색했다. 나는 여느 딸들처럼 말이 많지 않았고, 다정하지도 않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침묵을 지키면서 터덜터덜 식당으로 향했다.
막내로 자라서 오빠들의 이쁨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우리 이영희 씨는 성질도 잘 내지만, 이럴 땐 애교가 넘쳐났다.
날씨가 좋다는 말과 함께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주머니 속에 손을 쓱 넣으면서 나와 같이 걷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나란히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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